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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거주 한국인 생존 정보

일본 시골 마을에서 살아본 한국인의 생존 일기

많은 사람들이 일본 생활이라고 하면 도쿄, 오사카, 교토 같은 대도시를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도시 탈출’과 ‘자연 속 삶’을 꿈꾸며 일본의 시골 마을로 거주지를 옮기는 한국인들도 늘었다.

특히 워케이션(Work + Vacation),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 또는 은퇴를 고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조용하고 저렴한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적함의 대가로는 불편함, 언어 장벽, 정보 단절, 문화적 고립이 따라온다.

 

일본 시골마을 한국인 생존기

 

이 글은 실제로 일본의 미에현, 시가현, 시마네현 같은 인구 3~5만명 이하의 지역에서 1년 이상 살아본 한국인의 실제 생존 기록이다.
일본 시골 생활의 현실을, 환상 없이 적나라하게 공유한다.

 

월세: 집값은 싸지만 ‘싼 이유가 있다’

일본 시골은 도쿄 대비 월세가 1/3~1/5 수준으로 저렴하다.
실제로 내가 살았던 미에현 oo시에서는 1LDK 아파트가 월 3만~5만 엔이면 충분했다.
한화로 약 30~45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렇게 싼 집에는 이유가 있다.

  • 건물이 20~30년 이상 된 곳이 많다
  • 난방 시설이 부족하거나 ‘코타츠’에 의존
  • 벌레, 곰팡이, 단열 문제 빈번
  • 주차장은 대부분 야외 노상

게다가 수요가 적기 때문에 계약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외국인에게 집을 안 빌려주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지역 부동산 중개소에 직접 방문하여 일본어로 상담할 수 있어야 유리하다.

 

식비: 마트 물가는 싸지만 외식은 비싸고 드물다

시골은 마트에서 장을 보면 확실히 저렴하다.
신선한 채소, 생선, 쌀은 생산지와 가깝기 때문에 도쿄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다.

예시:

  • 쌀 5kg: 1,800엔
  • 계란 10개: 220엔
  • 양배추 한 통: 150엔
  • 두부 1팩: 90엔

하지만 외식은 어렵다. 이유는 단순하다.
시골에는 외식할 곳이 거의 없고, 있다 해도 가격이 비싸다.
그리고 맛집이 아니라면 서비스나 맛도 기대하기 어렵다.

 

▶ 생존 전략:

  • 직접 요리를 배우고, 1주일 단위로 식단 계획
  • 일본 마트 전단지 활용해서 세일 품목 중심 장보기
  • 냉동 보관을 최대한 활용한 2~3일분 요리

 

교통: 차가 없으면 아무 데도 못 간다

일본 시골의 가장 큰 문제는 교통이다.
대중교통이 거의 없거나 하루에 3~4회만 운행되는 버스에 의존해야 한다.
기차역도 도보로 30분 이상 떨어진 경우가 많고, 도쿄처럼 복잡한 지하철망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차가 없으면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

교통 수단 필요 여부 주의점
자가용 필수 운전면허 국제 전환 필요, 보험료 부담 있음
자전거 보조용 여름엔 무더위, 겨울엔 비효율적
대중교통 매우 불편 요금도 비싸고 배차 간격이 김

▶ 생존 전략:

  • 일본 운전면허 취득 또는 국제면허증 지참
  • 차량 구매보다는 경차(경자동차) 리스 활용
  • 한 번 외출할 때 여러 일을 몰아서 처리하는 동선 최적화 전략 필요

 

언어: 영어는 무용지물, 일본어는 생존 도구

도쿄에서는 영어로도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골은 다르다. 50대 이상 주민은 영어를 거의 못 한다.
관공서, 병원, 마트, 우체국… 모든 시스템이 일본어 중심이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일본어가 반드시 필요하다.

  • 주소 등록 (주민표 신청)
  • 병원 진료 및 약국 상담
  • 차량 등록 및 보험 계약
  • 휴대폰 개통
  • 쓰레기 분리배출 규정 이해

▶ 생존 전략:

  • 입국 전 JLPT N4 이상 수준까지는 학습 필수
  • 일본어 학습 앱 활용 + 지역 교류회 참여
  • 초기엔 Google 번역기 적극 활용하되, 장기 거주 시엔 기본 회화 마스터

 

생활비 요약: 일본 시골 한 달 지출 내역

실제 내가 1년간 브리즈번 시골 마을에서 거주하며 기록한 월 생활비 평균은 다음과 같다.

항목지출 지출(엔, 월 평균) 비고
월세 45,000엔 1LDK 기준
식비 30,000엔 대부분 자취
차량 유지비 20,000엔 경차 리스 + 주유비 포함
통신비 7,000엔 인터넷+휴대폰
전기/수도/가스 12,000엔 계절 따라 변동
기타 지출 15,000엔 병원, 생필품, 여가 등
총합 129,000엔 약 한화 115만 원

이처럼 일본 시골은 저렴한 비용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교통, 언어, 고립감 같은 변수를 감안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힘들 수 있다.

 

외로움과 고립감: 자연보다 사람의 부재가 더 힘들다

시골 생활의 가장 큰 장벽은 외로움과 고립감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웃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고, “한국어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3일 이상 없다”는 것이 일상이 된다.

 

▶ 생존법:

  •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로 외부와 연결 유지
  • 인근 지역 교류 행사, 한인회 활동 참여
  • 2개월에 1번 이상은 도시로 외출 계획 세우기
  •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연습’도 필요

 

결론: 일본 시골, 조용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땅

일본 시골은 분명 조용하고, 공기 좋고, 월세도 싸고, 자연이 아름답다.
그러나 그 평화로움은 스스로 생활을 설계하고 감당할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언어도, 이동도, 정보 접근도 불편한 환경 속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는 대가로 얻을 수 있는 삶이 있다.
이곳은 편리함 대신 ‘속도 없는 삶’이라는 가치를 제공해준다.

당신이 만약 이 조용함을 견딜 수 있다면, 일본 시골은 분명 ‘도쿄보다 더 일본다운 삶’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된다.